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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이자 <마녀체력> 저자, 이영미 님

“삶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라”

10월 13일 콘조이스 연사 – 이영미 님

이영미 님
– 에디터, 인생학교 콘텐츠 디렉터
– 디자인하우스 출판본부 편집장을 거쳐, 웅진지식하우스, 펭귄클래식코리아 대표로 일했다. 13년 차 에디터로 살다 보니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았다. 40살이 되던 해, 정신노동자가 아닌 근육노동자로 변신하기로 결심하고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 10회를 완주하는 강철 체력이 되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인간으로 살기를 희망한다.
– 저서: 『마녀체력』(2018)

 


 

[에너지의 50%는 능력, 50%는 체력을 키우는 데 쓴다] 

실제로 몸이 안 좋아지는 게 생각보다 빨리 와요. 요즘은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더 안 걷고 더 안 움직이고 정적인 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아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체력이 떨어지는 걸 더 빨리 느끼게 될 거예요.

예전에 저는 ‘지식 노동자는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 정신이라는 게 체력이 무너지면 함께 무너지더라고요. <미생>에서도 장그래에게 바둑 사범님이 이렇게 말하잖아요.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기르라고. 게으름, 나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라고요. 제 생각도 비슷해요. 무언가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50%의 노력은 그 일을 연습하고 연마하는 데 쓰고 나머지 50%는 체력을 키우는 데 쓰는 게 맞아요.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시작이 쉽다]

철인 3종 경기를 할 때 저의 장점은, 단 한 번도 ‘저 사람을 이겨야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운동을 시작한 나이가 워낙 늦었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제일 못하는 사람이고 완주가 목표야’, 또는 아예 ‘완주 못하면 어때? 참가에 의의를 두면 되지’ 하고 생각하곤 해요.

실제 제가 참가한 경기 중에는 완주한 것보다 못한 것이 훨씬 더 많아요. 폭우 때문에 무서워서 못한 날도 있고, 자전거는 잘 탔는데 다리에 쥐가 나 달리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날도 있고요. 항상 변수가 있었어요.

철인 3종 경기는 ‘마초 운동’이에요. 체격 좋은 남자들이 ‘나 이렇게 강해’ 하고 자랑하는 경기지요. 그런 곳에서 저처럼 조그만 여자가 자전거 들고 왔다 갔다 하면 눈길을 끌 밖에요. 물론 기록 차이도 많이 나고요. 그럼 저는 속으로 생각하죠. ‘나보다 키가 30cm나 크고 젊은 사람들이니 훨씬 잘하겠지’, ‘제한 시간 3시간 30분 안에만 들어가면 당신이나 나나 똑같이 완주한 선수야’ 라고요. 기록을 단축하는 건 제게 큰 의미가 없어요. ‘이 정도로 충분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운동을 늦게 시작한 사람으로서 제 장점인 거지요.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운동을 해야 한다]

젊었을 때 저는 남들보다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도 일도 ‘내가 왜 못해?’라고 생각했지요. 똑똑한 고학력 여성일수록 남에게 지는 걸 못 견디는 듯해요. 한 번 지거나 실패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회복에 어려움을 겪지요.

대학 시절 취업이 쉽지 않자 학교에 못 갈 정도로 상처를 입었는데, 막상 취업을 하고 회사에서 실패를 경험해 보니 그 충격이 훨씬 크더라고요. 에디터로 인정받아 큰 조직을 이끄는 경영 관리자까지 올라갔다가, 혼자 책 만드는 자리로 다시 내려와야만 했던 순간은 제게 정말 뼈아픈 실패였어요.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 중 제일 큰 것이 배우자 사별이고 그다음이 이직이라잖아요. 운동을 시작하기 전의 저였다면 바닥을 친 자존심으로 인해 당장 회사를 떠났을 거예요. 한데 문득 ‘이렇게 여자 선배들이 다 나가버리면 내가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은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전거로 고개를 오르다 중간에 내려서면 다시 중심 잡고 출발하기가 쉽지 않아요.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까지 어떻게든 페달을 밟는 편이 낫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견디는 거예요. 그런 경험이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이 됐어요. 직장에서도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라가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일단 견뎌보자, 누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진짜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예전 같으면 상상 못할 일이지요.

또 하나, 철인 3종 경기는 완주를 포기할지라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끝까지 봐주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 있어요. 실패해서 기분이 안 좋을지라도 다 같이 밥 먹으며 훌훌 털고 ‘더 연습해서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하는 거지요. 운동을 통해 게임에서 지는 경험을 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실제 세상에서는 승진에서 밀린다든지 하는 ‘지는 경험’을 많이 해보기가 힘들잖아요.

 

[좀 다르게 사는 선배 한 명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직장인으로서 25년 차가 되니 이 정도면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디터라는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했지만, 막상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커리어 옵션은 많지 않았어요. 1인 출판사를 하거나 비슷한 회사로 옮기는 것 정도? 그때 ‘좀 다르게 사는 선배가 하나쯤 있으면 후배들에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5년 말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몇 가지 결심을 했어요. 더 이상 출퇴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 또 더 이상 출판을 하지 않겠다고요. 대신 인생학교에서 일하며 강연을 시작했어요. 라디오와 팟캐스트 방송을 하고, 책을 내면서 작가로도 거듭났지요.

작가가 되고 나서 새로 시도한 것이 전국 동네책방 순례예요. 보통 작가들이 지방에 있는 작은 책방에는 잘 안 가요. 멀고 힘든 데다 큰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에디터 시절 ‘작가들이 지역 책방들을 찾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기 때문에 일단 시작을 해봤지요. 제가 말하는 걸 무척 어려워하거든요. 한데 이것도 기술인지라 자꾸 연습하니 나아지더라고요. 애정으로 책을 읽고 직접 찾아와 주는 독자들을 만나며 저도 에너지를 얻고요. 전 이렇게 제 나름의 길을 뚜벅뚜벅 걸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재미있게 사는 걸 보여주는 자체가 후배들에게는 또 하나의 옵션이 될 테니까요.

글을 쓰면서는 제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 점이 놀라워요. 제 삶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나이 오십이 넘어서 이렇게 큰 관심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마녀체력>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직 남아 있어요. 저는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을 훨씬 재미있어 해서, 앞으로 딱 세 권만 더 내볼까 해요. 제가 쓰고 싶은 주제로 두 권을 더 쓰고,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일을 해보려고요. 다음 책은 아마 내년쯤 나오게 될 거예요.

 

[삶의 기회를 잡고 싶다면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 잡힌 성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 또한 함께 발달해야겠지요. 저는 오랜 시간 책을 읽고 만들며 지적 욕구를 채워왔어요. 마흔이 넘으면서부터는 몸을 단련했고요. 어느덧 이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단단하고 성숙해지며 삶의 주도권을 가지게 됐죠.

독서와 운동, 하나 더한다면 외국어까지. 이 세 가지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지만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이라 생각해요.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으려면요. 기회라는 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올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헤이조이스요? 굉장히 발랄하고 열정적인 여자들의 커뮤니티이지요. 여자들끼리의 연결이라는 열망을 실제로 구현해 냈고요. 살면서 취향이나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 오랜 우정을 쌓아가는 것처럼 좋은 일도 없지요. 유능하고 멋있는 여성들을 연결하는 헤이조이스가 정말 잘 되면 좋겠어요.

 


 

<헤이조이스 프리미엄 컨퍼런스, Con.Joyce>

10월 13일 토요일,
이영미 님과 함께 ‘불안과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Con.Joyce] 일을 바꾸다, 삶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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