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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 대표, 유정은 님

“나만의 질문이 나만의 커리어를 만든다”

11월 3일 콘조이스 연사 – 유정은 님

유정은 님

–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 대표(2016.8~)
–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2013.1~)
– gPause Seoul(구글캠퍼스 서울 명상하는 창업가 모임) 운영자(2015.7~)
–  IBM GBS, Accenture, 삼일PwC 조직인사컨설턴트(2006~2012)

 


 

[조직 아닌 사람 문제 풀고파… 사표 내고 학교로] 

제가 조직 인사 컨설턴트로 일할 때 가졌던 순진한 생각이 하나 있어요. ‘어떤 회사의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인사 제도를 모티베이션을 더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면 나아질 거야. 조직원들이 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거야.’라는 거요. 하지만 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조직 구조와 인사 제도를 개선해서 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바뀌어야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무리 좋은 회사를 벤치마킹해도 직원들의 마인드 셋이 따라주지 않으면 바뀌기 어려워요. ‘그럼 개인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대 조직심리학 박사 과정에 들어갔어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길, ‘명상’과 ‘창업’]

대학원에서 우연히 차드 멩 탄이 쓴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사실 어렸을 땐 기독교 신자였고 커서는 컨설턴트로 트레이닝 받았기 때문에 논리적, 실용적인 걸 좋아하고 되게 까칠한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저는 명상이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명상이라는 걸 생각하면 인도에 다녀와서 삶이 붕 떠 있는 분들이나 현실에서 도피하는 분들이 떠올랐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마음 챙김 명상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실용적이고요. 사람의 마인드 셋을 바꾸는 훈련법이 인류 대대로 지혜로 전해져 내려왔는데, 우리가 이걸 종교적 프레임 혹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가두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면서, 경력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났어요. 처음에는 구글의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한국에 들여와야겠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직접 명상 선생님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명상 선생님은 저보다 뭔가 더 심오한 분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선입관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구글의 SIY 프로그램 지도자 과정을 인증 후에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 기업교육 트레이너로 명상을 알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기업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남을 게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을 위해 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2015년 즈음이고요. 제 삶의 소명으로 마음챙김 명상 선생님이라는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작년, 제 스승이신 잭 콘필드 님과 타라 브랙님의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과정에 참가하게 된 이후부터예요. 

 

[커리어 설계, 일단 발을 내디뎌라]

사실 저는 커리어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산 등성이 이론’이라고 나름 이름을 붙였는데요.

한 가지 분명한 길을 정하는 것보다 ‘대략 이 쪽으로 가고 싶어’라는 방향을 정하는 게 더 중요해요. 왜냐면 어느 정도 올라가야만 보이는 길들이 있거든요. 올라가서 보면 여러 갈래의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 길보다 저 길이 더 빠르네, 돌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가끔은 내가 오르는 산보다 더 크고 높은 뒷산도 보여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방향성이에요. 이 방향으로 가는지 저 방향으로 가는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아직 이런 조언을 하는 게 쑥스럽긴 하지만,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드리고 싶어요. “방향만 정해졌다면 ‘이 길로 가야지’라고 너무 확고하게 정하지 말고 우선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세요.”

스티브 잡스도 Connecting dots라는 표현을 썼잖아요. 자기가 내디딘 발자국들이 다 점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다 연결되더라는 이야기요. 저도 명상을 갑자기 시작했다기보다는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그게 뭐지?’라고 무언가를 찾는 마음은 계속 있었고요. 운 좋게 그 답으로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것을 찾은 거죠. 지금 명상을 가르치는 데 저의 예전 커리어나 학교에서 배웠던 심리학적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내 질문에는 결국 나만이 답할 수 있어]

살다 보면 마음 안에 내 질문인지 남의 질문인지 모를 수많은 질문들이 쌓여 가는 것 같아요.

이때 내 마음 안에 있는 질문이 ‘내 질문이 맞는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자기 질문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질문을 깔고 앉아야 해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려고 하지 말고, 내 마음 안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해야 해요. 그게 사실 명상이에요.

내 질문을 깔고 앉아서 내 경험으로 그걸 보기 시작하는 거예요. 책도 읽고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하면 많은 것들이 쌓이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이에요. 존경하는 누군가가 답했다고 해서 그 말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진짜 그래?’라고 마음에 또 한 번 의문을 가지는 게 필요해요.

 

[나쁜 감정, 실패한 경험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이 내 일이 아니다’라고 느끼면 실패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성공이에요. 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잖아요. 어떤 경험도 실패 경험은 없고 다 그냥 경험일 뿐이에요. 이 교훈은 마음 챙김 명상에도 똑같이 적용돼요.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우울함을 싫어하잖아요. ‘나 왜 우울할까? 우울하면 안 돼.’하고요. 근데 우울하면 그냥 우울한 거예요. 그건 설렘처럼 내 감정의 일부분일 뿐이죠. 그런 부정적 감정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에요. 감정은 그냥 감정일 뿐이고, 경험은 그냥 경험일 뿐이에요.

 

[자율, 인정, 소명의식.. 우리를 힘껏 일하게 하는 것]

사람이 어떤 직업에 만족을 하려면 3가지가 필요해요. 첫째로 자기 일에 대한 자율권, 둘째로 일을 잘 하고 인정받는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소명의식이에요. 이 일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굉장히 커다란 만족감을 느낀다고 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마보 팀은요. 다른 사람들이 왜 마보에서 일하냐고 물어보면 다 “사용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라고 이야기해요. 어떤 일을 할 때 사람들에게 “이 일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는 건 행운이에요. 심지어 앱에 오류가 생겼을 때, 저희 마보 유저들은 불평을 하다가도 끝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앱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하세요.(웃음) 저희 개발자가 이런 앱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자다가 깨서도 오류를 고쳐주는데, 그 이유가 ‘이 사람이 이 앱을 못쓰면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래요.

사실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다른 스타트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실패라는 게 없을 거라는 거예요. 어차피 평생 할 거기 때문에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큰 성공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실패도 없을 거예요. 죽을 때까지 할 거니까 뭐가 실패겠어요. 다 경험이죠.

 

[요즘 전 세계적으로 왜 명상이 뜨고 있나]

헬조선이라고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워요. 누군가가 요즘 중산층의 삶은 조선시대 왕보다 낫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것 보며 얼마나 재밌게 살 수 있어요. 헬조선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전 인류가 잊고 있는 건 지금 우리가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롭다는 거예요. 우린 노비가 아니잖아요. 불과 두 세대 전에 태어났으면 우린 노비로 태어날 수도 있어요. 지금 젊은 세대가 진로를 고민하는데, 그땐 진로를 고민할 수조차 없었어요. 그렇게 보면 우린 지금 가장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 세대이고 삶에 가장 많은 선택지들이 주어지는 세대인데, 그래서 더 행복한가요?

저는 마음챙김 명상이 종교라기보다 마음에 대한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풍요로워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지는 고통과 불만족을 다루는 운동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질수록, 무언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사회가 될수록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에게 더 필요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명상의 목적은 공감의 힘을 기르는 것]

마음챙김 명상도 도구일 뿐이에요. 저는 마음챙김 명상의 대중화를 통해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요. 여기서 행복은 늘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으로서 자기 인생에 만족하며 사는 것’에 가까워요.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만의 행복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마음챙김 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사람에게서 나를 볼 수 있는 것이거든요. 요즘 우리는 분열이 심한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근데 사실 여자가 괴로우면 남자도 괴롭고, 남자가 괴로우면 여자도 괴로워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명상은 눈 감고 앉아서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개인적인 것, 사회의 이슈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명상은 그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청년실업 문제라고 합시다. 명상을 하다 보면 어른들이 젊은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길러지는 거죠. 공감과 자비심, 연민, 자애 같은 자질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자연스럽게 생기게 돼요. 만약 생기지 않는다면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밀레니얼 여성들의 관심사, 명상]

작년 추석 때 7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하는 명상 수행(리트릿)에 갔었어요. 아직 명상을 생각하면 나이 드신 분을 많이들 떠올리잖아요. 근데 의외로 20-30대 중국 여성분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이렇게 젊은 여성분들이 명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고요.

그리고 그분들이 하는 질문을 옆에서 들으면서, 한국 여성들이 해오던 고민들을 중국 여성들은 지금 하기 시작했구나 싶었어요. 다들 부모가 결혼을 하라고 강요한다고 고민하고, 직장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더라고요. 우리는 한국 여성에 대한 피해 의식이 조금 있잖아요. 근데 일본,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지역 여성들에 비하면, 한국 여성들은 미투 운동 이후로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어찌 보면 자랑스러워할 일이죠. 한국은 이제 이런 얘기를 남자와 여자가 공론화할 정도로 비로소 성숙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헤이조이스, 여성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아시아의 여성 명상 선생님들을 이어 보자’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나리님께서 헤이조이스를 만드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때 나리님께서 하시는 일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우리가 안전한 공간으로 시작해 나중엔 다른 아시아 지역의 여성분들을 도와줄 수 있고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인맥은 사람 간 시너지 촉발을 돕는 것]

저는 이나리 대표님의 문제의식에 동의해요. 한국 여성들이 인맥을 만드는 방법을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인맥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경향도 있고요. 제가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비교해서 보면, 해외일수록 더 인맥 중심이에요.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는 대부분 인맥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미국의 인맥은 이런 거예요. A를 알고 B를 아는데 두 사람이 만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아서 연결해주는 거요. 근데 우리나라의 인맥은 A에 대해 잘 모르는데 같은 학교라는 이유, 과 후배라는 이유로 연결해주잖아요. 그런 학연, 지연 위주의 인맥 말고요. 헤이조이스가 건강한 인맥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의 이너 서클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확장돼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헤이조이스 프리미엄 컨퍼런스, Con.Joyce>

11월 3일 토요일,
유정은 님과 함께 ‘경력 전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Con.Joyce] 일을 바꾸다, 삶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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