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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명상 인스트럭터, 곽정은 님

“사랑에 대한 태도를 바꿀 때, 인생에 대한 태도도 바뀐다”

10월 13일 콘조이스 연사 – 곽정은 님

곽정은 님

– 작가, 강연자, 명상 인스트럭터

– 前 코스모폴리탄 디렉터

 


 

[연애의 고통,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

본격적으로 대중 강연을 시작한 건 2009년부터였던 것 같아요. 강연이라는 게 무척 귀한 기회잖아요.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내가 원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직접 얘기하고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응했지요. 한데 그때마다 주로 저에게 요구되는 컨텐츠가 연애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들이었어요. 실은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는데요.

그때부터 이미 많은 여성분들이 제게 마음을 열고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그들의 ‘진짜 고민’을 더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이것이 ‘누구를 어떻게 하면 유혹할까요?’라는 단순한 고민이 아닌 자존감의 문제이며,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걸 느꼈어요. 또 연애를 통해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걸 깨달으려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죠. 저는 바로 그 점에 주목했어요.

연애로 인한 고통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드는 힘든 경험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내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요.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자존감의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별로 인해 너무 힘들고 실패한 느낌마저 든다’, ‘결혼을 해야 할까, 비혼으로 살아야 할까’ 등 인생 전반의 문제들이 모두 그와 얽혀있으니까요.

전 강연을 통해 늘 그 문제를 말하고 싶었는데요. 이게 깊은 이야기다 보니 제가 가는 강연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조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딜레마가 좀 있었죠. 어떻게 하면 제 안에 있는 진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늘 했지만 제 안에 동력이 될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만난 것이 명상이었어요.

 

[남 사는 것처럼 살려다 나를 잃고 싶지 않다면]

명상을 처음 접한 건 2년 전이고요. 인도에 가서 삶과 명상을 연결하는 심화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시작한 명상이었어요. 잘 먹고 잘 살고 생활이 즐겁기만 했다면 저는 그냥 제가 다 잘해서 그렇다고 판단했을 거예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누군가는 자책하지만 저는 그러긴 싫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랐고요. 물론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 ‘내가 나를 지켜봐 줘야 해’, ‘나와의 연결성이 나빠지면 안 되는 거야’라는 자각을 희미하게라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인도에서의 첫 수업이 나와 나와의 관계, 나와 부모와의 관계, 나와 돈과의 관계, 나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거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깨달음이 왔죠.

명상에 관심을 갖고 나서 보니, 정말 많은 문제들이 자기 자신과 연결을 하지 않아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남에게 관심 가지고 남이 사는 것처럼 살려고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을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시작 포인트가 바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는 것인데도요.

[Being Awake, 자책을 멈추고 ‘명료한 나’를 찾기]

자기를 돌아보려는 시도가 ‘자책’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되는데’, ‘나는 문제가 많아’ 이런 식으로 자책하는 거죠. 사람들은 자신을 자책하는 걸 자기와 대화하는 거라고 착각하는데요. 그건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에 전혀 명상적이지 않아요. 자책은 저에게도 너무 오래 각인된 습관이라 부지불식간에 나오는데, 이제는 돌이킬 줄 알게 되었어요. ‘아 이게 아니지, 또 자책하고 있구나’ 지각하고 스스로에게 그러지 말자고 말해줄 수 있는 거죠.

특히 연애를 하면서 너무 많은 여성들이 자책을 해요. “이 남자를 정리하고 싶은데 안돼요”, “이 남자가 저에게 고통을 줘요. 만나지 말았어야 해요”라며 자책을 하죠. 사실 이 모든 문제들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한 이슈에 대해 대응하는 패턴을 바꾸면 인생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엔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자각하며 연애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어요.

사실 그 부분을 소재로 만든 명상 프로그램이 <Being Awake>예요. 오직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고, 명상과 강의가 결합된 내면 치유 프로그램이에요.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을 하는데, 사랑이 왜 힘들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새로 쓰고 싶나요’라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돼요.

명료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고, 헤어짐 앞에서도 당당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죠. 그럴 수 있다면 행복한 개인이 될 뿐 아니라 자기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고, 나아가 우리가 사는 사회에 진심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그 지점들을 간과하지 않도록 진짜 삶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기자 때부터 방송을 하고 책을 쓰는 지금까지 저는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는 인생의 고민들에 대해 마치 법륜스님처럼 즉문즉답을 하는 칼럼들을 많이 썼던 거예요. 늘 “이 부분을 생각해보세요”, “그 남자랑은 헤어지세요”와 같이 카운슬링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글을 쓰고 방송을 했는데요. 명쾌하다는 말을 들을 때조차 ‘이게 전부일까?’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최근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이 역시 ‘사람의 성장’에 대한 관심과 연결돼 있어요. 진짜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 공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대찬 공격을 대차게 받아칠 수 있는 힘]

날선 공격은 되게 많이 받았죠. 지금도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공격성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고요.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어요.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연예인들 옆에서 방송하는 직장인일 뿐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무섭기도 했고요. 죽이겠다는 위협 글이 이만큼 올라오니 ‘진짜 나를 죽이러 오는 거 아니야?’하는 두려움마저 느꼈고요. 하지만 법적 대응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그들의 반성문을 보면서, 제가 그렇게까지 많은 에너지와 신경을 쓸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법적 대응 자체도 스트레스를 동반해요. 한데 괜찮았어요. 직장인으로서 받았던 스트레스보다 강력하진 않았거든요.(웃음)

한편으로는 제가 A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A’로 이해되길 바랐는데 이걸 Z로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잖아요. 항상 저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길 원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나 분노를 키우기보다 그것조차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 목표가 인기를 얻는 것이거나 돈 버는 것이라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주장이나 의견을 밝히는 순간 절반의 대중을 버리고 가야 하니까요. 연예게에서 연예인들과 활동을 하고 있기에, 어떤 분들은 저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스스로를 연예인이 아닌 ‘누군가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규정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저를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싫어하는 감정까지 신경 쓰기엔 제 삶의 목표, 제가 가진 재능이 소중하니까요.

[정말 여자는 사랑받아야 최고일까]

요즘 20~30대 여성들은 ‘자기의 감정, 입장, 목표, 이익과 손해에 대해 말하는 걸 절제하라’고 배웠어요.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이 사람이 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할까’, ‘살쪘는데 사랑받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죠. 그 생각을 놓지 못하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가 힘들어져요. 저도 그런 식으로 연애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필요해요. 나 자체로 괜찮은 인간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상대의 마음에 드는 것 이전에 ‘너를 만난 게 나에게 좋은가’를 생각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그 사람이 아무리 멋있고 나에게 잘해줘도 명료하게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화살표가 자신에게 향해 있지 않아요. 그건 이기적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혹은 ‘너는 다른 사람을 케어해야 돼’라고 배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여자는 사랑받아야 최고야’, ‘여자가 너무 많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돼’, ‘남자가 먼저 사귀자고 해야 관계가 오래가’, ‘스킨십에 대해 아는 게 있어도 남자가 먼저 시도하도록 해야 돼’, ‘아는 척하거나 네가 먼저 요구하면 안 돼’, ‘청혼도 남자가 해야 돼’ 등 학습된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 수동성,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것이 모든 삶의 영역에서 나를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거죠. 무언가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어도 ‘이렇게 하면 괜히 욕먹는 게 아닐까’ 걱정부터 하게 되잖아요. 물론 사회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것만 고려하다 끝나버리게 할 순 없어요.

많은 여성분들이 저에게 연애 때문에 생기는 고통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요. 그때마다 “그런 남자에겐 이렇게 하세요”라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던 게 예전 기자 시절의 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관점을 바꾸라는 이야기를 해요.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걸 넘어, 이 경험을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배고플 때 마트도 가지 말라는데, 결혼은 왜?]

가장 크게 잘못된 믿음이 결혼 적령기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이에요. 어제 친구들끼리 “결혼은 50에 해야 제맛이지”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는데요. 이혼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 적령기라는 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사람들에게 “그런 거 없다”고 다이렉트하게 이야기해 주죠.

‘결혼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어’, ‘자꾸 주변을 보게 돼’ 하는 느낌이 들 때 ‘정말 이게 나의 행복일까’, ‘내가 이걸 원하는가’라고 명료한 상태에서 깊이 따져 묻지 않으면 남들 가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근데 그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서두르면 위험할 수 있으니, 시간을 두고 자신에게 따져 물어보세요.

나이로 치면 28~32세가 제일 불안한 타이밍이라고 보여져요. 심지어 서른이 되면 큰일 났다 싶죠. 이렇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명료한 결정을 할 수가 없죠. 배고플 때 마트에도 가지 말라고 하는데 왜 불안할 때 결혼 결정을 하라고 하는지. 오히려 그 ‘적령기’가 지나 33세쯤 되면 ‘우리가 왜 그렇게 불안했지?’ 하며 서로 등 토닥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되거든요.

 

[인생의 최대치를 살 방법은 결혼, 출산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망도 강요된 것일 수 있어요. 저도 결혼하기 전엔 꼭 아이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거기까지 가는 게 인생의 완성이라 생각했고 그 욕망 때문에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랬던 사람으로서 고백하자면, 그건 착각이었어요. 지금 와서 내리는 제 자신에 대한 평가는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네, 낳았으면 어쩔 뻔했어’예요(웃음).

‘인생의 최대치’를 고민하던 시절 누군가 제게, 다른 차원의 최대치도 존재한다고, 옵션이 있다고 알려줬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죠. 왜 여성으로서의 최대치를 이야기할 때 꼭 자궁이어야 할까, 뇌나 마음 같은 것들도 이야기되면 좋겠어요.

정말로 자신의 행복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야 완성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거고, ‘불편할 것 같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는 감행하란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헤이조이스 프리미엄 컨퍼런스, Con.Joyce>

10월 13일 토요일,

곽정은 님과 함께 ‘불안과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Con.Joyce] 불안과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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