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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프로그램 대표, 엄윤미 님

“한국 사회가 우리에게 내미는 선택지들”
4월 13일 콘조이스 연사 – 엄윤미 님

 

엄윤미 님

– 헤이조이스 인스파이러

– C프로그램 대표, 재단법인 카카오임팩트 이사

– 前 이곤젠더 서울사무소 부사장, 맥킨지 서울사무소 Engagement Manager

“실험에 투자하는 일을 4년째 하고 있습니다. 실험하며 배우는 것들과 시간과 함께 쌓이는 것들, 건강한 개인과 느슨한 커뮤니티의 힘을 믿습니다.”


[대도시 사무직에 최적화된 인간이 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30대 초반에 깨달은 게 하나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너 뭐 할래?”라는 질문은 많이 받지만 “어떻게 살고 싶니?”라는 질문은 받은 적이 없다는 것.

예를 들어 복작복작한 서울에서 일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딜 가서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은 진로를 설계할 때 잘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잖아요. How에 대한 질문이 30대 초반에 더해지니, 늘 머리 뒤에는 고민들이 돌아가고 있었죠.

[컨설팅 펌, 외국계 기업… 안전지대를 벗어나다]

컨설팅 펌의 특징이 대부분 팀장급부터는 ‘나가서 뭘 할까’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저도 비영리, 책, 사람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일단 회사를 옮겼죠.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맥킨지와 프로페셔널 펌이라는 점이 비슷한 이곤젠더로 옮겼어요. 이곤젠더에서 임원, 지사장, 대표가 되는 분들의 이력서를 보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맥킨지를 나올 때와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을 하게 되었죠.

[경력 전환, 용기 부족을 탓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커리어 전환을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부트 캠프(Boot Camp)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사표를 냈어요.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뭐였지?’ 싶을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또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을 하고 그렇게 6개월, 1년이 흐르죠. 경력 전환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시도하려면 역량이나 용기 부족을 탓하다기보다는, 꾸준하게 전환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요. 옆에서 같이 얘기할 수 있고, 응원해줄 수 있는 피어 그룹(Peer Group)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문효은 님, 장영화 님과 같이 비영리 조직 ‘여성기업가네트워크’(이하 위넷)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의 에너지가 좋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해버리는 모습이 멋있고 이런 분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와중에 C프로그램에서 대표를 찾고 있었고 정말 우연한 기회로 C프로그램 대표를 맡게 되었어요. 경력 전환에 대한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간의 수많은 고민들이 무지개떡처럼 차곡차곡 쌓여 우연한 기회가 생긴 것에 가까웠죠.

[환갑잔치 아젠다,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까요?]

“식사를 마쳤으니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해보겠습니다.” 이게 저의 환갑잔치 아젠다라고 친구들에게 얘기하곤 해요.(웃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릴 때부터 쭉 해온 고민이잖아요. 그 고민들을 통해 ‘이건 꼭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여기까진 감당할 수 있겠다’ 등의 기준들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에, 오히려 전환기에 치열하게 고민하진 않았어요. 전환의 순간에서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죠.

[딸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 가장 행복]

C프로그램 대표로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실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명확한 것 같아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딸에게 제 일에 대해 설명할 때가 가장 좋긴 해요. 아직 교육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이에게 복잡하니까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게 돕는 일을 해.”라고 하거든요. 그렇게 얘기할 때 참 기뻐요.

[대표, 투자, 벤처 기부 펀드… 모두 처음 하는 일]

처음에 ‘C프로그램이 하는 일의 울타리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울타리가 있으면 그 안에서 여러 실험을 해보기 쉬운데, 울타리가 없으면 다음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몇 가지의 기준점을 가지고 백지에 울타리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죠.

예를 들어 ‘직접 사업을 할 것인가? 투자하고 지원할 것인가?’라는 큰 질문부터 ‘투자하는 대상의 키워드를 정할 것인가?’, ‘키워드를 가진다면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세부적인 질문까지. 2015년 하반기엔 내내 정리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울타리가 생기고 나서부턴, 직접 해보며 배워나갔어요. 해보고 돌아보고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반복했죠.

[‘코리안 패키지’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을 한국에 두고 저 혼자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왔는데요. 그때 진짜 말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내미는 선택지들이 결혼만 하거나, 유학만 가거나, 결혼을 해서 그 남자랑 같이 가거나 이렇게 세 가지였어요. 그때 남편은 제대 후 어렵게 취직해서 유학을 같이 가긴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렇다고 유학을 안 가기엔 너무 아쉬웠고요. 기존의 선택지들이 다 마음에 안 들어서 ‘나는 결혼하고 혼자 유학 가겠다’라고 결정했고,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선택을 하려고 주위를 둘러보면 각 연령대별로 ‘이래야 한다’는 코리안 패키지들이 있더라고요. 그때 코리안 패키지의 존재를 깨달은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모르면 그에 대한 가치판단도 할 수 없으니까요.

[한국 사회가 여자에게 내미는 선택지들]

그리고 그때 깨달은 게 하나 더 있어요. 한국 사회가 여자에게 내미는 선택지 중에 딱히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많지 않다는 것.

사람들이 ‘이래야 한다’며 내미는 선택지 안에서 고르다 보면 아주 행복하게 살 순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깨달음이 이후의 선택들에 많은 도움을 줬지요.

아이를 낳고 나서도 ‘엄마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것들이 많아요. 그 선택지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택해왔어요. 예를 들어 ‘엄마라는 건 잠깐하고 말 것이 아니라 길게 해야 하니 지치지 말아야 한다’, ‘부족해도 아이가 보기에 행복해 보이는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저 편한 대로 많이 선택했어요.(웃음)

[아이, 어떻게 낳기로 결정하셨나요?]

저의 경우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20대 때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남편에게도 이야기했어요. 결혼 전에 “여태까지 아이도 키우고 일도 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30대 여자를 못 봤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만약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죠. 결혼 후 유학도 다녀오고 바로 이어서 맥킨지에서 일하느라 5년이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제가 입사했을 때 유난히 또래 여성분들이 많았는데요. 멋있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의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을 옆에서 본 것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어요. 저랑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아이를 만나고 출산휴가를 갔다가 복귀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 ‘나도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 것 같아’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거실을 흔쾌히 내주는 이유]

대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당시 학교에서 룸메이트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줬어요. 친한 친구와 같은 방을 쓰다 보니 항상 간식과 만화책을 쌓아두었고, 다른 친구들도 편하게 사랑방처럼 드나들었죠. 그때부터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게 저에겐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집에서 노는 게 편하지 않나요?(웃음)

아이를 키우면서부턴 저녁에 외출을 잘 못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이 집으로 와준 덕분에 늦게까지 얘기하며 놀 수 있었어요. 고맙죠. 결혼하고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수 있었던 건, 사람을 좋아하는 남편 덕도 커요.

[낯선 세계로 한 걸음 내딛고 싶은 사람들에게]

낯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에 들어가 보는 게 중요해요. 맨날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한 번 만나보세요.

저의 경우 위넷뿐 아니라 ‘범서파’라는 모임도 하는데요. 우연히 모였지만 20대, 30대, 40대가 두 명씩 있어요. 얘기를 듣다 보면 ‘나라면 저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고마울 때가 많아요. 다만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몇 개의 가치관이 있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서로 힘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무언가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해볼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시작해보세요. 그런 것들이 시작점이 되어줄 거예요. 전환이라는 게 1막, 2막 나뉘듯이 드라마틱하게 일어나지 않거든요.


 

‘저 정도 경력, 연차면 안정적일 텐데 왜?’
‘또다시 불확실한 곳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여기,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안전지대’를 떠난 세 명의 인스파이러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성취를 누리기보다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어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고 있는,
한때가 아니라 지금도 빛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헤이조이스 프리미엄 컨퍼런스 Con.Joyce>

4월 13일 토요일,

엄윤미 님과 함께 ‘낯선 세계로 한 걸음’을 주제로 이야기합니다. 

[Con.Joyce] 낯선 세계로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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